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일제강점기 36년, 6·25 전쟁, 가난했던 옛날을 기억하며 지금의 삶에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역동적인 한국의 오늘과 내일을 내다본다면 과거에만 연연할 수는 없다.
세계 각국에 있는 재외동포와 한국의 지리적 거리는 옛날과 꼭 같다. 그러나 공간을 초월한 경제, 정치, 문화, 언어의 장벽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1일 생활권이 되었고 비자 없이도 수많은 나라를 오가며 인터넷으로 비즈니스를 끝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내국인, 외국인 (재외국민 포함)’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재외동포는 어디 있든지 서있는 지리적 좌표를 잊어버리고 모두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해야 되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때다.
많이 늦었지만, 한국정부가 동포청을 만든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재외동포를 사는 곳과 국적에 관계없이 한국인으로 끌어안는 작업’이 그 철학이 되었으면 한다. 이는 큰 도약이 아닐 수 없다. 유대인들, 스위스가 출생 시부터 자기네 백성으로 끌어안는 작업과 같다.
더욱이 한국은 최근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으며 세계적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은 국내에서 생산기지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외동포의 역할은 심각하게 재조명 되어야 한다.
즉, 있는 그 자리에서 재외동포가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즉시 구축해야 한다. 출생 후 즉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주는 방법, 출입국 절차의 간소화, 학문적인 국제교류, 교육부의 엄격한 규제에서 벗어나 외국대학과의 복수 학위를 주고받는 방안, 차세대 과학기술인을 현지에서 활용하는 방법, 유치를 위한 과감한 조치, 현지에 연구소, 회사를 설립하여 두뇌를 유입하는 것은 동포청 차원을 넘어 세워져야 하는 국가적 과제다. 병역문제 등에서 특혜논란, 국민정서 등등에 계속 얽매이면 넓은 세계로 나가지 못한다.
오랫동안 미국에 살면서 우리 2세, 3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역사와 문화를 전수시켜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면서 세계시민으로, 또 한국에 기여하게 하는 노력을 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에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가 주동이 되어 세종과학기술혁신센터를 만들어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이 재미과학기술인들을 통해 접목하고 한국과 미국의 차세대가 못사는 나라를 돕는 전초 역할을 하게 만드는 ‘홍익인간’ 이념을 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구촌 각처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모두 ‘Think globally, act locally!’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Think and act globally!’의 이념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만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소외된 나라들을 돕는 것은 곧 ‘세계 1등 국민’이 되는 것이다.
이 지상과제를 위해 한국정부와 동포청은 전략적으로 큰 예산을 들여 과감하게 집행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서문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석좌교수(전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회장·이사장)